
공정위, 시정명령 전달…“경쟁사 CPU 채택 막아”
“AMD가 공짜로 팔아도 인텔 못 따라잡을 수준”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미국 인텔(Intel) 및 인텔 코리아 지사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 http://www.ftc.go.kr)로부터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2005년 6월에 사건 조사에 착수한 뒤, 3년에 걸쳐 치밀한 조사 및 자료수집, 국내외 저명 경제 및 법학자들과의 논쟁을 거쳐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인텔과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독과점 분쟁이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4일 전원회의에서 인텔 코퍼레이션, 인텔 세미콘덕터 리미티드, 인텔 코리아 세 곳의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해 약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의 액수는 관련 매출액 확인 후 최종 확정된다.
또한 공정위는 “미국내 PC 제조회사들에게 경쟁사업자 CPU를 구매하지 않는 조건 또는 자사제품구매비율(MSS, Market Segment Share)을 일정비율 이상 유지하는 조건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골자로 한 시정명령도 함께 전달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한국 PC 제조업체들에 경쟁사인 AMD의 중앙처리장치 구매를 중단하고 자사 제품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이른바 ‘충성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재 대상인 ▲인텔 코퍼레이션의 경우 제품 제조 및 판매와 관련된 최종 의사 결정을 담당했고, ▲인텔 세미콘덕터 리미티드는 제품을 판매하고 리베이트를 지급했으며, ▲인텔 코리아는 한국시장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거래상대방을 접촉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현재 인텔은 2001부터 2005년까지 세계 PC용 중앙처리장치 시장의 점유율이 평균 79.6%에 이르고, 한국은 무려 평균 91.3%에 달해 전 세계적으로 독과점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인텔, 어떻게 AMD를 농락했나
공정위는 자료에서 “인텔이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1,2위 PC제조회사들에게 경쟁사업자인 AMD의 CPU를 구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해 x86 반도체 관련 시장에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2002년 5월 삼성전자에게 AMD 제조 CPU 구매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실제로 2002년 4/4분기부터 AMD CPU 구매를 중단한 뒤, 2005년 2/4분기까지 인텔사 CPU만 구매하는 조건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인텔은 또한 2003년 3/4분기부터 2004년 2/4분기까지 국내 PC 업계 2위 회사였던 삼보컴퓨터에게도 “홈쇼핑 채널 판매 물량 중 AMD CPU를 인텔사 CPU로 전환해 달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리베이트 260만 달러를 건냈다.
이 밖에도 인텔은 2004년 4/4분기부터 2005년 2/4분기까지는 삼보컴퓨터에게 국내 판매 PC에 대한 자사제품구매비율을 70% 이상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리베이트 380만 달러를 제공하기도 했다.

◆“AMD가 공짜로 팔아도 인텔 못 따라잡을 수준”
공정위는 “2003년 9월에는 인텔이 시장지배력 및 리베이트를 이용해 삼보컴퓨터가 AMD의 데스크탑용 64비트 CPU의 국내 출시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텔사가 제공한 리베이트는 경쟁사업자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국내 PC 제조회사들의 거래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했다”며 “국내 PC 소비자들도 값비싼 CPU를 채택한 PC를 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AMD의 CPU를 선호하는 PC 소비자들의 제품선택권이 제한되는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는 “실제 경제 분석 결과 AMD가 인텔사의 리베이트를 감안해 가격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PC제조회사들에게 자신의 CPU를 무료로 공급해도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는 공정위 측에서 오도버(Janus Ordover) 뉴욕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교수, 김종민 국민대 교수가, 인텔측에서는 샤피로(Carl Shapiro) UC 버클리 교수, 호벤캠프(Herbert Hovenkamp) 아이오와 법대 교수, 전성훈 서강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MS 이어 두 번째…퀄컴 등도 조사 중
공정위가 다국적 기업을 불공정 거래 혐의로 제재한 것은 2006년 MS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다국적 기업으로서 독점적인 기술 지위를 남용하는 사례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2005년 말 세계 최대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PC운영 체제인 윈도에 메신저와 미디어 플레이어 등을 끼워 판 혐의’을 적용, 3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미국과 EU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정부가 제제를 가하면서 MS의 끼워팔기 논란은 세계적으로서 확산됐다.
이 밖에도 공정위 측은 현재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퀄컴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CDMA 원천기술을 이용해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인텔 "필요에 따라 법원 제소할 것"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 받은 인텔코리아는 5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과 함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필요하면 이번 결정에 대해 법원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코리아는 "소비자와 고객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가격경쟁을 활성화하지는 않고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정위는 시장선점을 위해 과도한 경쟁을 했다는 AMD측의 주장만을 받아들였고, 이를 반박하는 방대한 사실과 구체적인 증거들을 외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부 서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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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번 사건의 진행 경과
□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텔의 행위에 대해 권고심결(‘05.4.13)
□ 인텔 코리아 대한 서면 조사 (‘05.6월)
□ 인텔 코리아 등에 대한 현장조사(‘06.2월)
□ 사건착수보고(‘07.7.16) 및 심사보고서 작성(’07.7월~8월)
□ 심사보고서 위원회 상정 및 인텔사에게 송부(‘07.9.4)
□ 인텔사 의견서 접수(‘07.12.13)
□ 정식심판 개시전 심사관측과 인텔측의 의견을 듣고 쟁점을 정리하는 심의준비절차 개시(‘07.12.21)
ㅇ 인텔사 측은 국내외 저명 경제학 및 법학자*들의 의견서를 제출
* 전성훈 교수(서강대), Shapiro 교수(미 UC 버클리 MBA), Elhauge 교수(미 하버드 로스쿨), Whish 교수(영국 King's college), Hovenkamp 교수(미 Iowa 대학), Iansiti 교수(하버드 MBA)
ㅇ 공정위도 국내외 저명학자*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대응
* 이인호 교수(서울대), 김종민 교수(국민대), 유진수 교수(숙명여대) Ordover 교수(미 뉴욕대)
□ 심의준비기일(4.21)


□ 2차례 전원회의 개최(5.28, 6.4)